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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매스컴과 솔직한 리뷰

올림픽 무대에 울려퍼지는 애국가, 편곡이 기가막혀



그동안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의 시상식을 지켜보신 분 들 중에 애국가가 좀.. 예전이랑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가져보신 분들 계신가요?  옛날의 엄숙하고 조용한 듯 하면서 웅장한, 듣는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애국가는 온데간데 없고, 뭔가 경쾌하고 들뜨는 분위기의 애국가 연주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일절밖에 연주 안되는 짧은 애국가에서 심벌즈만 열번도 넘게 챙챙거리는 이번 런던 올림픽 시상식 버젼!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면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이런 음악을 틀게 된 것은 어떤 경위일까요?



올해 초에 영국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그 유명한 애비로드(Abbey Road)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52시간에 걸쳐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나라들의 국가를 녹음해 두었다고 합니다.  국가 수만 무려 201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각 국가의 악보를 읽고 연습하고 녹음하는 총 시간이 평균 12분 정도 되었다고 하는군요.  엄청난 집중력의 결정체!!! 


녹음을 총괄한 제이크 잭슨(Jake Jackson)씨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 수는 207개이지만, 그리스와 사이프러스, 홍콩과 중국 등 같은 국가를 사용하는 나라가 몇몇 있기 때문에 실제 녹음이 필요했던 국가는 201개였다고 합니다.  반면 BBC와 SFGate의 기사에 따르면 205의 국가가 녹음 되었다고 하네요.. 어느것이 진실인지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의 시상식용 국가는 60초이상, 90초이하의 시간 안에 틀어져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국기가 게양되는 시간과 엇비슷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지요.  그럼 국가가 너무 길면 아주 빨리 연주하거나, 중간에 뚝 끊겨야 하는건가요?;;;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영국 작곡가 필립 셰퍼드(Phillip Sheppard)가 201개의 국가를 전부 다 손수 편곡했다고 합니다.  이 자의 소행이군요.. 우리나라의 경쾌하기만 한 애국가 소리…

영국방송 5 live Drive에서 이루어진 셰퍼드의 인터뷰에 의하면 200여개의 국가들중에 약70개는 현재 저작권에 묶여있고, 약 140개는 단 한번도 스포츠 시상식에서 연주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단 한번도 올림픽 금메달을 딴 적이 없는 국가가 무려 140개가 되는군요..


Abbey Road에서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중인 필립 셰퍼드


어찌 되었건, 이번 애국가 편곡은,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제대로 된 스피커로 들은 것이 아니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가볍게 느껴지는 텍스쳐와 고음 위주의 선율.. 서두르는 듯한 템포..(90초 이내에 마쳐야 해서인가요?), 그리고 한 마디에 무려 세번이나 심벌즈가 울려퍼지게 만든 편곡은 대체 무슨 저의가 있는 거죠?  마치 학교 밴드의 행진같네요.. 제가 평소에 느끼는 애국가의 심상과 너무 동떨어져서 당혹스럽기까지 해요..ㅠ


한편, 너무 눈물샘만을 자극하는 애잔한 현악 선율로 느리게 연주되는 애국가 보다는 이런 편곡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찌되었건 "아마추어들의 무대"인 올림픽은 세계인들의 축제이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다소 빠르고 경쾌한 애국가도 나름 괜찮은 듯 하거든요..

뭐 편곡이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저 자주자주 듣고 싶을 따름입니다!  우리나라 선수들, 계속된 선전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펜싱 남자 단체 사브르 선수들의 시상식 사진 투척!  모두들 훈남들이라는 ㅠ (근데 동메달 딴 이태리 선수들도 만만찮.......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