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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요절 성함은 기억이 안나지만 임씨 성을 가지신 피아니스트 분이 중학교 시창청음 선생님이었다. (나는 타고난 귀가 워낙 좋아서(?!?!??) 늘 한번에 다 적고 과자나 김을 먹으며 딴짓을 하다가 혼나곤 했다) 어느 날, 이 분이 어떤 러시아 첼리스트를 반주하기로 했었다며 그 분의 연주와 삶의 태도에 대한 칭송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그러다 얼마 후엔 더 흥분한 어조로 며칠 전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바이올린 연주실력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한 어머니가 7살정도 된 꼬마아이를 데려왔는데 처음에는 바이올린도 혼자 못 꺼내서 엄마가 직접 꺼내서 쥐어주는 모습에 그 첼리스트 분이나 선생님이나 둘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이올린 소리를 내는 순간 대가가 빙의한 듯한 깊이에 매료가 되어 몰입해서 듣다가 .. 더보기
기승전육아였던 2015년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모두 겪은 2015년... 작곡 발표 5회, 연주 1회에 렉쳐콘서트 1회를 했습니다. 그러느라 입덧하며 곡을 쓰기도 하고... (다행히 과일은 입에맞아 굶지 않고 버텨서 1키로만 빠졌네요) 1월에는 토이피아노를 들고 선배분의 공연에 출연! 그날 으슬으슬했던게 알고보니 임신 초기 증상이었죠 ㅎㅎ 이후 2월, 4월(두곡), 7월, 10월에 발표를 하고, 9월말엔 렉쳐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절대안정을 취하느라 약 3개월간 은둔생활을 한 후 5월부터는 주말마다 나들이를 다니고 여름에는 거제도에 여행도 갔습니다. 외도♡ 노산아닌 노산인지라 다가오는 출산과 육아가 걱정되어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두고자 5월부터 아이 낳는 날까지 여러 운동들을 했습니다. 특히 7월부턴 수영삼매경에 빠져서 8시.. 더보기
[문화 + 서울] 10월호 칼럼: 1세대 한국 서양음악 작곡가들의 선율 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이 보급된 것은 서양문물이 보급된 개화기 시절 무렵이 그 시작점이다. 그 무렵은 하필면 일제 강점이와 맞물리기도 하고, 그리하여 친일행각을 벌인 것으로 의심되는 음악가들의 영향을 지금까지 받고 있다. 어찌됐건, 그들이 배운 것을 토대로 창작된 음악을 씨앗 삼아 현대 한국의 음악이 꽃 피우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시절에 작곡된 곡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첫 음악시간에 배운 노래는 홍난파가 작곡한 “고향생각”이었다. 이은상의 시로 작곡된 “고향생각”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어제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하긔소식을 전차하고 갯가으로 나갔더니 그 배는 멀리 떠나고 물만 출렁거리오 고개를 수그리니 모래씻는 물결이요 배뜬곳 바라보니 구름만 뭉게뭉게 때묻은 소매를 보.. 더보기
[문화+서울] 9월호 칼럼 - 음악 재생 도구의 진화 - 카세트 테이프와 CD의 추억 ... 재생도구의 진화 - 카세트 테이프와 CD의 추억 요즈음에는 가장 값싸게 구매되는 문화상품이 음악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음악을 듣는 것이 너무나 쉽고 간편하고 저렴한 행위가 되었다. 불과 100여년 전, 축음기가 발명되기 이전까지는 직접 악기나 목소리로 소리내어 연주하는 것을 듣지 않으면 음악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실로 엄청난 변화이다. 컴퓨터를 통해 파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 21세기의 음악 재생 방식이 없던 시절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지만, 사실 현재와 같은 음악감상 형태는 몇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틀고 감상했을까?필자가 경험한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추억을 떠올리며 되짚어 보고자 한다. 몇살인지 기억도 안나는 까마득히 어린 시절, 음악을.. 더보기
[문화 + 서울] 8월호 - 음악은 일필휘지로 완성되지 않아요! 작곡의 장애요인과 극복방법 작곡가는 영감이 떠오르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친듯이 오선지에 잉크를 처바르고, 단 한번의 수정도 없이 걸작이 탄생하는 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환상은 심지어 작곡가 자신들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과 열등감에 알게 모르게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창작자에 대한 현실은 여러 영화나 대중매체에서 보여주는 작가, 작곡가, 심지어 논문을 쓰는 과학자 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에서 비롯된 것이다. 얼마전에 작고한 천재 수학자 존 내쉬의 삶을 줄거리로 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주인공인 청년 내쉬가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계절이 변하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각해낸 새로운 수학이론을 방대한 양의 논문으로 집필하는 장면이 있다. 천재의 창작물, .. 더보기
문화가 있는날 수요 어쿠스틱 콘서트 - 작곡가 신지수의 현대음악 렉쳐 콘서트 - 2015 9월 30일 충북문화관 포스터 클릭 -> 충북문화재단 공연소개 페이지로 이동 2015년 09월 30일 19시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2층 전시실주최/주관: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관 문화가 있는날 "수요 어쿠스틱 콘서트" 작곡가 신지수의 현대음악 렉쳐 콘서트 출연진 : 작곡가 신지수, 바이올린 이수아 violin plays Munmyo(2005)Fantasy for solo violin(2015) (바이올리니스트 이수아 독주) 그 외 작곡가 신지수의 대표 작품들을 영상과 해설과 함께 선보입니다.노카(2012), Parallel Universe(2014)정신분열적 피아노 토카타(2013)거문고와 기타를 위한 "제 11차원"(2013) 친정이 있는 청주에서 작은 공연을 열게 되었어요.만삭오브 만삭의 몸을 이끌고…ㅋㅋㅋㅋ 토크콘서트 형식의.. 더보기
Nursery Rhyme Trilogy -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동요 편곡 모음집 음악회를 해놓고 공지도 안 올렸네요;;;임신을 하면 온몸의 피가 자궁으로 모여서 뇌의 기능이 저하된다고 하죠? ㅋㅋ한마디로 정신이 없습니다 ㅠ 지난 7월 2일 성공회 성당에서 앙상블 판의 정기연주회가 열렸습니다.저는 이번 곡 발표 기회에는 때마침 관심을 갖고있던 동요들을 몇개 모아서 편곡 시리즈물을 내놨습니다.과거의 일을 뒤늦게 올리려니 민망하네요;;;암튼, 그랬습니다 ㅎㅎ 곡 해설:기존의 잘 알려진 동요 세 곡을 각기 다른 스타일로 현악앙상블을 위해 편곡하였다. 1. '동네 한바퀴'는 같은 음이 반복이 심하며, 선율이 진행하는 듯 하지만 같은 패턴이 다른 음높이에서 재현이 되는 경우가 빈번한 관계로 이를 현악앙상블 버전에서는 트레몰로(빠른 음의 반복)과 두가지의 제한된 음형을 여러 악기에서 제시하는 방.. 더보기
[문화+서울]채소 오케스트라, 얼음 악기와 3D 프린터 바이올린 현재 널리 보급되고 연주되는 악기들의 재료는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다. 공명이 잘 되면서 내구성이 좋고, 음이 일정하게 유지가 되는 재료들로서 역사적으로 검증을 거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수많은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재료는 아마 나무일 것이다. 그 외에도 (동물보호법이 발효되기 이전에는) 동물의 신체부위(가죽, 뼈 및 털), 극히 드문 경우(주술적인 이유 등으로 인간의 뼈, 그 외에 산업혁명을 거친 이후에는 플라스틱과 철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소리를 내는 재료로서 반드시 이런 것들만 사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여러 단점들과 제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색이 있는 색다른 재료로 악기를 제작하기도 한다. 1. 채소로 만든 오케스트라비엔나 베지터블 오케스트라(Vienna Vegetable Orch.. 더보기
[문화+서울]작곡가는 단명한다? - 100세를 넘긴 작곡가들 소개 천재는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하였는가? 최소한 음악에서는 슈베르트, 모짜르트, 베토벤 등 단명했던 천재 작곡가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짧은 생애에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을 보면, 너무나 열렬히 창작욕을 불태우는 바람에 그 불씨가 오래 가지 못하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젊은 나이인 30대에 운명을 달리 하였다. 운동선수나 모델 등, 젊은 신체가 중요한 특정 직업을 제외하면 이제 갓 자신의 분야에 본격적으로 몸을 담그고 활동하기 시작할 나이인 30대에 이미 요절했던 이들 작곡가들과 달리 대기만성하며 오래 살았던 작곡가들 또한 역사에 걸쳐 여럿 존재한다. 일단, 하이든(J. Haydn)은 당시로서는 매우 많은 나이인 77세까지 살면서 고전주의 시대의 주요 형식들(현악 사중주, 피아노 트리오, 관현악, 소나.. 더보기
[문화+서울] 동물을 위한 음악 - David Teie와 Snowdon 연구팀의 창작곡 동물을 위한 음악 - 인간과 다른 청각구조를 지닌 고양이를 위한 음악을 쓰는 David Teie(본문 직접 보기 - 문화+서울 5월호) 이태리어로 “보통의 빠르기”라는 뜻을 지닌 모데라토(moderato)라는 음악용어는 대략 1분당 80회 정도의 박자 속도를 뜻하며, 이것은 인간의 심장 박동수와 흡사한 빠르기이다. 우리가 편하게 듣는 음악의 기준이 되는 표준 속도는 이렇듯 인간의 신체반응에서 자연스럽게 유추된 것이다. 이는 “빠르게”라는 뜻을 지닌 알레그로(allegro)보다는 다소 느리고, 소나타나 교향곡의 느린 악장 기준으로는 다소 가벼운듯 빠르게 진행되는 정도의 템포(tempo, 빠르기)이다. 우리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곁에 있는 강아지에게 들려주고서는 별 반응이 없다며 동물은 음악을 들을 줄.. 더보기
허은무 바이올린 독주회 - "제 4의 언어" 초연 바이올리니스트 허은무 선생님의 독주회가 4월 23일(이번주 목요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립니다. 제 곡 제 4의 언어가 초연될 예정인데요, 며칠전에 같은 제목의 오르간 곡과는 내용이 완.전.히. 다릅니다. (아이디어만 같음요...) 독주회로서는 조금 특이하게 피아노 대신 현악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이루어집니다.(지휘자 포함 총 11명이 무대에 오르네요!)프로그램 전반부에는 과거, 후반부에는 현재를 다루는 컨셉입니다. 아래는 기획사 블로그에서 퍼온 자세한 정보입니다: 2015. 4. 23(목)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주 최 : (주)마스트미디어 후 원 :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미국 예일대학교 음악대학 동문회, the Strad 입장권 : 전석 2만원 (학생 50% 할인) 예매처 : SA.. 더보기
최우진 파이프오르간 독주회에서 제 곡이 연주 되었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기록을 위해 남깁니다. (우진아 미리 홍보 못해서 미안 ㅠ) 오르가니스트 최우진의 독주회가 2015년 4월 17일 영산아트홀에서 열렸습니다. 이 때 제 곡이 초연 되었습니다. 레알 토하면서 쓴 곡입니다(자세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물어보세요;;; ) 더보기
[문화 +서울]청각 장애가 있어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제가 유학했던 영국 사우스햄턴에서 달팽이관 이식술을 받은 청각 장애인이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중이었는데, 그로 인해 청각장애인 또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게 5년 전 일이었는데, 무의식에 자리잡았던 지적 호기심을 이번 기회에 (과다)충족 시키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바다에서 헤멘게 다이지만, 나름 공부가 많이 되었네요 ㅎㅎ 문화+서울 4월호 보러가기 아래는 잡지에 실린 글의 원고입니다: "청각장애인이 듣는 베토벤" - 청각 장애가 있어도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들, 그리고 베토벤의 후기 음악 보통 사람들은 음악은 소리에 의한 예술이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하고, 듣는 것에 문제가 있으면 음악을 들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보기
[문화+서울]아프리카의 복합리듬을 활용한 리게티의 연습곡 아프리카 음악의 특징을 자신의 작품에 활용한 현대음악 작곡가 리게티, 그의 피아노 연습곡 1권의 1번. 우리가 평소에 듣는 대중음악이나 가요, 동요 등은 비교적 단순한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다들 하나의 리듬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음악들이다. 음악이 하나의 리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할 만큼 우리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리듬이 진행되고 있는 음악을 상상하기 힘들어 한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리듬을 가진 음악이 일상적으로 들리는 곳이 이 세상에는 여러 군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이다. “리듬”은 커녕 “음악”이라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하라 이남의 부족들은 리듬 자체를 인간의 삶의 일부로 봐 왔다. 엇갈려 부딫히는.. 더보기
[문화+서울]수세기에 걸친 러닝타임 - 롱플레이어와 Organ2 ASLAP [문화+서울] 2월호 보러가기(새창)===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느리고 여유롭게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질 때가 있다. 음악도 시대를 반영한 예술이다보니 전체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빨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반하는 움직임으로 느린 음악을 만드는 사조도 생겨곤 하였다. 특히, 서양예술의 한계를 느낀 전위예술가들이 20세기에 들어와서 동양 철학과 예술을 접하고 돌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이 때 시간의 개념이 서양의 그것과 다른 흐름으로 진행되는 음악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느림’에 대한 갈망은 음악에서도 반영될 때가 있는데, 이를 극단적으로 반영한 두개의 20세기 후반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