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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음악과 함께 하는 일상

동대문 탐방기 - 의류부자재상가의 소리를 찾아서


노카 공연을 보러 왔다가 뒷풀이 때 친분을 맺었던 루이스에게 장문의 이메일이 왔다.

전자음악을 전공하고 사운드 아트 작업을 하던 루이스는 4년 전에 한국에 와서 살았지만, 영어강사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동안 음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이었고, 주변에 자신과 같은 작업을 하는 사람은 커녕 현대음악을 하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서 몹시 외로웠던 모양이다.  

The Korea Herald에 난 노카 공연 기사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공연을 보러왔었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분위기에 취해서 대문 밖에서 서성이던 것을 내가 연주자들과 뒷풀이겸 같이 차 한잔이나 하자고 불러들였던 것이 인연이 되어 급기야 어제는 만나서 같이 동대문 의류상가에 가서 소리채집을 같이 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 동대문, 그것도 무려 의상디자이너들만 갈것만 같은 의.류.부.자.재.전.문.상.가.!

루이스는 서울의 소리들을 채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재봉틀이나 미싱 등의 기계소리들에 매료가 되어서 그걸 제대로 녹음해보고 싶다며 동대문에 날 끌고 간 것이다 ㅠ

우리 이제 두번째 만나는건데 ㅋㅋ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만나서 점심부터 먹었다.  소문난 맛집이라는 냉면집.. 서울살던 나는 가본적도 없는 동대문인데, 단 4년 살던 미국친구가 어찌나 동네지리를 잘 알던지 ㅋㅋㅋㅋ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이렇게 벽에 붙어있었다.. 우린 12시정각에 만난 관계로 사람들이 줄을 서기 직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완전 다행!

고추장을 덜어냈는데도 초절정으로 매웠던 냉면으로 위장을 녹인 후, 의류부자재전문상가로 향했다..



마치 프로젝트 런웨이 출연자들이 까만 비닐봉다리를 들고 뛰어다닐 것 만 같았던 의류부자재종합상가는, 내 기대와는 달리 그닥 패션피플이 많진 않았다.. ㅋㅋ


다양한 전문샾들..


초상권이 있으니 루이스는 손만 찰칵!  

모르는 사람에게 들이대는걸 멋쩍어 하면서도 내가 일러준대로 "소리...녹음...괜찮아요?"를 반복하며 소형녹음기를 들고 이곳 저곳을 드나들다가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소리를 발견하고 신나게 녹음을 해댔다 ㅋ

뒷목에 다는 태그를 인쇄하는 기계소리가 좋다며 녹음중인 루이스 ㅋㅋ


돌아다니다가 단추가게들이 즐비한 구역에도 진입하게 되었다.. 루이스는 저 단추들을 한꺼번에 쏟으면 참 매력적인 소리가 나겠다며 눈빛을 희번덕 거리는걸 내가 워워~ 말리느라 진땀을^^;;


마치 도서관과 같은 단추 창고.  너무 아카데믹한 단추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나?  (죄송)


숨막히는 상가에서 드디어 탈출하여 길을 돌아다니다가 헌책방도 구경했다.  서점이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매장안을 들어갈 수가 없이 빽빽하게 쌓인 책들.. 주인은 길가에 서성이면서 계산을 하신다.


좁은 골목으로 돌아다니며 주차공간을 찾지 않아도 되는 오토바이는 동대문에선 가장 인기가 좋은 교통수단.  패션피플답게 형형색색의 이쁜 오토바이들이 즐비하다 ^^


동대문 성곽공원에 냉커피와 미숫가루를 들고 가서 담소를 나눈 후 찍은 사진.

본인은 포토제닉하지 않다며 쑥쓰러워 하더니 급기야... ㅡㅡ

나: "너 사진 찍게 함 포즈취해봐봐"
루이스: "나? ㅋㅋ뭐 이렇게라도 해야하나? ㅋㅋ"
나: 찰칵

성곽공원 바로 옆에는 초현대식(?) 놀이터와 벽돌같은 빌라건물, 고풍스러우면서도 극히 서민적인 기와집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놀이터에는 초대형 귀(?)도 설치되어 있었다.. 저기에 귀를 대고 듣고있으면 멀~~~리서 누군가가 저 위에 달린 귓구멍을 향해 말을 하면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 처럼 들린다. 


대학교에서 영어강사를 하며 본업인 사운드아트의 열정을 잃지 않는 루이스!  텍사스와 멕시코사이 국경 부근의 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독특한 문화권을 겪어왔던 전력이 있어서일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나도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동대문의 가장 패셔너블(!)한 장소를 구경 갈 수 있었다.  노카 공연을 하기까지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첫 공연을 마친 이후에는 더 다이나믹하고 스펙터클한 일상이 이어지는 듯 ㅋ


...사람의 앞일은 당췌 알수가 없다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