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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칼럼

[문화+서울] 11월호 칼럼 - 피아노 이전의 악기들


스타인웨이 피아노의 제작과정



지금은 피아노라는 악기가 엄청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기 힘들 것이다. 바이올린이나 기타 등의 악기가 최소한 300년은 더 된 시절에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비교해보면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인 19세기 후반부에 들어서야 그 형태가 완성되었다는 피아노는 비교적 현대적인 발명품인 것이다. 사실 그럴만도 한 것이, 피아노는 제작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소리를 내는 원리도 복합적인 악기인 만큼, 많은 발달을 거친 역사의 흔적이 있는 악기이며, 다른 악기와 비교할 수 없게 견고하고 일관된 소리를 자랑한다.  그만큼 누구나 어느 정도의 소리를 낼 수 있는 비교적 다루기 쉬운 악기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에게도 인기가 있어서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서 집에 사 두는 것이다.

피아노를 기능한 건반악기라고 분류를 하는데, 이는 건반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렀을때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해당되는 음높이의 소리가 나는 모든 악기들을 통칭한다. 다른 건반악기의 흔한 예로는 풍금이라고도 불리우는 하모니움, 그리고 오르간 등이 있다.  이들은 피아노처럼 현(줄)으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건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나, 바람소리가 근원인 악기들이다. 

(google image)


사실 피아노처럼 현으로 이루어진 건반악기들의 원리는 간단하다. 각기 다른 음높이로 이루어진 팽팽한 줄들을 나란히 나열해두고 이를 때리거나 튀겨서 소리를 내게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초보적인 형태로는 양금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피아노 또한 궁극적으로 해머로 줄을 때린다는 점에서 소리가 나는 원리가 양금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때리는 강도와 시간, 속도 등을 조절함에 따라 소리가 섬세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나는 것이고, 그걸 실현시키기 위하여 각종 장치들이 동원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아노가 발명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제작되었던 다른 건반악기들은 무엇이 있을까?


하프시코드

독어로는 쳄발로(Cembalo), 프랑스어로는 클라브생(clavecin)이라고 불리는 하프시코드는 현재 연주되는 건반악기 중 피아노를 제외한 것 중에는 가장 클래식 음악에서 많이 알려지 악기일 것이다. 바하가 살아 활동하던 바로크 시대에 즐겨 연주된 악기로, 피아노처럼 건반을 누르는 연주 원리는 동일하지만, 해머로 현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바늘처럼 생긴 뽀족한 장치로 현을 튀기게끔 되어있다. 그리하여 다소 챙챙거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나게 되고, 건반을 누를때의 느낌도 피아노의 부드러움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타 줄을 튀길때 느껴지는 순간적인 줄의 저항이 건반에서 은연중에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고, 이러한 터치의 차이 때문에 피아니스트라고 해서 모두 하프시코드를 잘 연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즐긴다면, 피아노보다 하프시코드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시대의 악보는 음표 외의 기호가 별로 없는 편인데, 이는 애시당초 표현이 어려운 크레센도(점점 크게) 등의 나타냄말이 아예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실제로 크레센도가 처음으로 연주되었던 초기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회장에서는 여인네들이 그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하지만, 이런 미세한 나타냄말이 악보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연주하면 절대 금물이다. 그렇게 할 경우 정말로 기계적인 소리가 나게 되므로 오히려 음의 길이 등을 미세하게 조정해서 감정을 풍부하게 싣고 연주를 해야 음악적으로 들리게 된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연주자와 작곡가의 구별이 모호해서, 악보로 기록에 남기는 것이 현재의 클래식 음악처럼 철저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가 더욱 다양해 질 수 있는 것이다. 


클라비코드(clavichord), 버지날(virginal)스피넷(spinet)

클라비코드는 하프시코드보다는 소리 나는 원리가 피아노에 가깝지만 그 형태는 굉장히 단순한 악기이다.  건반을 누르면 반대편 끝에 달린 쇠막대기가 현을 때리는 원리이며, 그로 인해 하프시코드에서 불가능했던 셈여림의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로로 긴 상자 형태의 아주 작은 악기인데다 울림통이 크지 않아서 대부분 가정용으로만 사용된다.  바흐가 작곡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나 인벤션 등이 이 악기를 위해 작곡되었다.  가정용 악기이다보니 오르간 연주자들도 연습용으로 집에 구비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파이프오르간처럼 페달 건반의 형태로 달린 대형 클라비코드도 간혹 존재해왔으나 현재는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악기이다.  클라비코드와 함께 버지날(virginal)스피넷(spinet) 등의 악기도 존재하는데, 이들은 하프시코드처럼 현을 뜯는 장치가 내장된 소형 건반악기들이다. 결국 현재의 업라이트 피아노처럼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악기들이고, 현재의 그랜드 피아노는 하프시코드가 그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간혹가다 아주 작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스피넷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와 포르테피아노(fortepiano)

피아노에 가장 가까운 악기라고 볼수 있는 함머클라비어는 베토벤이 동일한 제목으로 소나타를 작곡한바가 있는데, 단순한 막대기가 아닌 해머를 사용해서 제작된 악기로 당시에는 획기적이 발명품이었다. 포르테피아노 또한 비슷한 원리인데, 큰 소리(포르테)와 작은 소리(피아노)가 명확하게 구별이 간다는 특징을 악기이름에 반영한 것이다. 이 악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짜르트와 베토벤의 피아노곡들을 당시에 연주했던 악기들이다. 모짜르트 소나타에 표기된 다소 어색한 프레이징들을 당시의 악기인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할 경우 매우 자연스럽게 들린다.



요즈음에는 디지털 피아노가 더욱 흔해져서 양질의 가정용 업라이트 피아노의 제작이 예전만큼 활성화 되지 않았다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 전후로 제작된 피아노가 그나마 품질과 내구성이 좋으며, 이후에는 많은 공장들이 비용이 저렴한 해외의 나라들로 이전을 하면서 장인들의 손이 덜 가게 되고 자재도 예전만큼 견고한것이 쓰이지 않게 되었다.  더 좋은 악기를 연주하겠다며 20여년 된 피아노를 중고시장에 팔고 새 피아노를 사들일 경우 자칫하면 더 낮은 품질의 악기를 구비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는 것이다.  피아노가 발전된 역사를 알게 되니 더욱 그 참된 가치를 깨닫게 되는 만큼, 되도록이면 전자음향보다는 실제 악기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조금만 투자해서 1990년경 제작된 국산 중고피아노를 업라이트로 구하는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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