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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태교일기

[36주] 9개월간의 여행에 대한 상념(감성글 -오글주의)


어제 아파트 19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와봤다. 큰 맘 먹고 걸었는데 10분도 안 지나 있었다. ㅋㅋ 이렇게 간단한건줄 알았으면 진작 할걸 그랬나 ㅋㅋㅋㅋ

지금은 태아가 엄청나게 몸집을 불리는 시기라고 해서 운동을 더 해야 할 듯. (그런데 곡쓰느라고 거진 일주일 가까이 칩거 ㅠ)

이제 곧 아기와 한 몸을 함께 했던 날들이 끝난다. 아프고 지겹다고만 생각 했는데 막상 지나고 나면 그리울 것 같기도.... 꼬롱이가 요즘 엄마 뱃속에서 버둥거리는게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영원히 이런 시간이 지속되었으면 좋겠지만, 미래의 아가의 모습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얼른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한 몸이었다가 육체적으로 독립하고, 점점 엄마 보살핌을 적게 필요로 하다가 궁극적으로는 남(?)이나 다름없는 독립적인 인간의 삶을 이 아이는 살게 될텐데 그 단계마다 미련을 갖지 않고 적절하게 독립심을 키워주면서, 또 필요로 할 때는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되어주면서 든든하면서도 귀찮지 않고 친근감 있는 부모가 되고싶다.

이렇게까지 가까이 지내는 날들도 이제 곧 끝나면 아기가 스스로 숨 쉬고 먹고 자면서 엄마와는 겉으로만 살을 맞대며 지내기 시작한다. 신생아일때는 각자의 독립된 개체로 각자 숨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살을 부비고 지내는 날들이 때로는 힘들다고 생각 되겠지만 지나고 나면 즐거운 추억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아이를 낳고 기르는건 어쩌면 여행이랑 비슷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몸은 고단하고 마음은 불안하고 머리는 아프고 집에서 편하게 지냈던 과거가 그립고 돌아가고 싶지만, 막상 편한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 해보면 그렇게 힘들었던 여행도 즐거웠던 기억만 남아서 결국 다시 떠나고 싶어지는... 그래서 아이를 하나만 낳겠다던 사람들도 둘째를 낳고 셋째도 낳는듯...?

꼬롱이와 임신이라는 긴 여행을 함께 했는데, 끝이 다가오는 지금에서야 그동안 너무 즐거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육아라는 긴 여행이 곧 시작되면 출발하는 마음은 설레이겠지만 힘든일도 분명히 있을듯 ㅠㅠ 하지만 화내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자 ㅎㅎ

지난 주에 한 막달검사가 모두 정상이라는 결과가 오늘 나왔다. 꼬롱아, 그동안 큰 탈 없이 엄마 뱃속에 잘 지내줘서 고마워!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