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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칼럼

[문화+서울]나도 클래식 악기이고 싶다(아코디온, 반도네온, 생황, 하모니카)





출처: 문화+서울(링크)

---아래는 원고입니다---


클래식 악기라고 부르는 서양의 악기들은 대부분 오케스트라에 쓰이는 악기들이다.  하지만, 그 외의 많은 악기들이 클래식을 연주하며 클래식 악기의 반열에 오르려고 한다.  이들은 누구이며, 과연 클래식 악기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그것을 통과할 수 있는가?


아코디언

독일어로 화음(Akkord)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에서 유래한 악기 이름이 아코디언은 건반과 버튼으로 이루어진 양쪽 면에 손을 끼우고 양 팔로 바람통을 쥐었다 폈다 하며 멜로디와 화음을 양손에 분담시켜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1800년도에 발명되어 러시아에서 처음 퍼져나간 아코디온은 여러 단계를 거쳐 현재의 형태로 진화하였는데, 포크 음악이나 민속음등에 널리 쓰여졌으며 클래식에서 흔한 악기는 아니지만, 차이코프스키(P. Tchaikovsky), 힌데미트(P. Hindemith), 아이브스(C. Ives)등의 작곡가들이 아코디언을 위해 작곡한 바가 있으며, 더 최근에 작곡된 현대음악 중에는 다양한 악기를 위해 독주곡 시리즈를 작곡한 베리오(L. Berio)가 아코디언을 위해 쓴 시쿠엔자(Sequenza) 8번이 있다. 

아코디언은 화음과 멜로디가 동시에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클래식 음악을 편곡하여 연주가 가능하다.  예전에 독일을 여행하다가 일요일에 성당 앞에서 바흐의 작품을 연주하는 길거리의 아코디언 연주자를 듣게 되었는데, 멀리서 들으면 파이프오르간 소리와 헷갈릴 정도로 웅장하고 장대한 울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물론 이 때의 아코디언 소리는 성당 벽에 울림이 반사되어 더 큰 효과를 낸 것이었다).


반도네온

아코디온과 매우 비슷한 악기이지만, 한쪽 면에 건반이 있는 아코디언과 달리 양쪽 다 버튼으로 되어있어, 더 많은 음들이 연주 가능하다. 물론 그만큼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며 숙련된 반도네온 연주자는 국내에 손에 꼽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르헨티나의 탱고를 연주하는데 필수적인 악기이며 우루과이와 리투아니아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국내에는 피아졸라 등의 탱고음악과 함께 반도네온이 점차 보급되어 가고 있다. 


생황

사실, 아코디언과 반도네온이 연주되는 원리는 바람을 여러개의 리드(reed)에 통과시키는 것인데, 중국의 쉥(sheng), 우리나라의 생황 등의 악기에서 진화한 것이다.  국악기중 개량가야금을 제외한다면 유일하게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인 생황은 중국의 쉥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하였다가 피리나 단소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다시금 연주를 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창작곡에도 쓰이고 여러 편곡 음악에도 쓰이고 있다.  생황은 화음 뿐만이 아니라 선율로 연주하여도 매우 애잔한 음색을 내며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매력적인 악기이며, 서양음악을 편곡하여 연주하는 것도 큰 무리가 없이 가능한 관계로 그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 악기이다. 



하모니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하모니카는 주로 여러 음을 동시에 연주하는 복음 하모니카(tremolo harmonica)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 많이 발전한 종류이다.  그 외의 하모니카로는 다이아토닉 하모니카(diatonic harmonica)가 있는데, 이는 10개 정도의 구멍으로 이루어진 작은 하모니카이며, 고(故) 김광석씨가 기타를 하면서 동시에 연주했던 하모니카의 종류이다.  그 외에도 크로매틱 하모니카(chromatic harmonica)가 있는데, 이는 서양에서 주로 사용되었고, 반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레버가 별도로 있어, 더 많은 음이 연주가 가능하여 클래식, 재즈 등 여러 장르에 골고루 사용되고 있는 하모니카이다.  

멜로디를 연주하지 않는 하모니카 중에 코드 하모니카로 불리우는 악기가 있는데, 이는 한 코드를 이루는 음들(예를 들어 C장조의 경우 '도','미','솔')을 한꺼번에 불 수 있도록 해당 구멍들이 한군데에 뭉쳐져 있다. 악기 자체의 길이도 매우 긴 편이고, 주로 반주를 담당하게 된다.  

하모니카는 단독으로 연주 되기도 하지만, 여러 종류의 하모니카가 앙상블을 이루기도 한다.  세명이서 연주하는 트리오의 경우 멜로디를 연주하는 하모니카, 코드 하모니카와 좀 크고 무거운 베이스 하모니카로 이루어진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하모니카 트리오는 하모니카로만 이루어진 앙상블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편성이라고 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으로 교육을 받은 연주자가 일반적인 클래식 악기가 아닌 반도네온이나 하모니카와 같은 악기를 연주할 때, 그 음악은 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보통 하모니카 하면 동요 반주나 컨트리 음악의 애잔한 애드립 정도의 역할로 생각을 하는데, 플룻이나 리코더를 위한 곡을 편곡하여 하모니카로 들려주는 경우, 느낌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하모니카를 비롯, 남들이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 위의 악기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을 이제부터라도 작곡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새로 쓴다면, 이 악기들의 어떤 가능성들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