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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작곡에 대한 단상

오방색과 칠채


학생때,
음악으로 자유롭게 실험하던 기회를 충분히 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 때의 마음가짐은 정말 마음속에만 간직한 채, 
상황에 어울리는,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작곡가가 되어야 남에게도 이득이 된다는걸 느꼈다.

요즘 내가 속한 재영한인예술인협회에서는 가을에 행사를 가질 계획으로 다들 한창 준비중이다.  음악회를 열기로 하였고, 나는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할 곡, 여러 연주자들을 아우르는 작품을 하나 쓰기로 되어있었다.


작년 가을부터 논의가 되어왔던 주제로는 오방색이 있었다.  올해 런던에서 올림픽도 하는 만큼, 오륜기의 색깔들과 비슷한 컨셉으로 한국의 오방색을 주제로 한 것이다.  물론, 둘이 뜻하는 바는 다르지만...

 출처: http://jogakbo.egloos.com/1970065

음악회 내내 각자 색깔을 맡은 악기들(키보드, 장구, 가야금, 대금 기타)이 독주를 하고 나면 가야금과 장구가 칠채 장단을 바탕으로 즉흥 연주를 한 후, 내가 이어질 선율을 작곡하고 다같이 합주하는 마무리를 쓰는 것이다.

난 본래 한국의 전통악기로 서양음악을 흉내내는 것에 기질적으로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파헬벨의 캐논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우리의 것'으로 들리는 이유는 그것이 가야금으로 연주되기 때문인가? 
"우리도 할수있다!"는 강한 자부심인가?


하지만, 나의 그런 마음과 상관없이 한국음계는 각종 크로스오버와 서양음악 따라잡기가 난무했고 대중의 반응 역시 상당히 호의적이다.
사실 이건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모든 비서양 문화권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아니, 어쩌면 서양음악의 본산지인 유럽의 민속음악들도 같은 처지에 놓였을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이번에 내가 써야하는 곡은 최대한 대중적이고 쉬운 퓨전국악이다.  대금과 피아노의 예쁜 선율을 쓴 후, 나머지 악기들이 아우러져서 리드미컬하고 명랑한 마무리를 지어서 음악회가 산뜻하게 끝나는 희망찬 분위기를 풍겨야 반응이 좋을 것이니..

영국의 관중들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이 이러한 퓨전인지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의심이 있긴 하지만, 예술인협회 분들 다수의 의견에 따르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어느정도는 양보해야 할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만의 생각에 빠져서 다수의 생각이 어떠한지는 대중을 잡지 못한 부분도 있으니까 조금은 더 경청하는 자세로 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다짐도 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각설하고..
일단 칠채 장단부터 공부해 봐야겠다!

출처: 네이버 지식인
 

아..일단 박수치면서 연습부터 해 봤는데... ㅠ 이렇게 헷갈릴수가 ㅠ


정체성이고 뭐고 일단 장단연습좀 하고 내공부터 쌓아야겠군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