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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태교일기

전엄맘도 아니고 직장맘도 아니고...

5갤아기 키우며 주 2회 일하는 시간강사. 그중 하루는 10시간 연강...시댁 친정이 다 멀어서 전담해서 도와주실 분이 아무도 없다. 정부지원 아이돌보미도, 시터 파견 사설업체도 모두 주 2회는 기피한다. 가사도우미분과 친정엄마한테 부탁해서 하루씩 애기를 맞기고 출근하려 했는데, 첫주에는 아주머니랑 엄마가 둘다 사정이 생기셔서 시댁에 애랑 같이 전날 밤 가서 자고, 우리부부가 시댁에서 출퇴근 한 후에 밤에 데려왔다. 앞으로도 이런일이 가끔 있을듯.. 그런데 시댁에 다녀온 이튿날, 애가 나랑 눈도 잘 안마주치고 웃지도 않았다. 원래 눈뜨자마자 방긋방긋 웃는 순둥이였는데... 저녁때는 내내 칭얼대다 젖물때만 살짝 자고, 없던 등센서가 켜져서 엄청 울다가 신생아때처럼 아빠 품에 안겨서 잠.그동안 수유텀도 규칙적이고 잠버릇도 좋아서 애기침대나 이불에서 혼자 통잠 잘 잤는데 ㅠ 원래 이렇게 오랜시간 자리를 비우면 애가 이렇게 무뚝뚝해지고 잠버릇이 나빠지나? ㅠ그동안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다 무너진듯한 기분. ㅠ

차라리 규칙적으로 매일 어린이집을 보내는게 나을런지... 애기 몰래 수업준비하랴 자료찾으랴 육아고 뭐고 아무것도 되는게 없네 ㅠㅠ지난 10월에 아이낳고 2주 쉬고 다시 강의하느라 온몸의 뼈가 다 시렸는데 방학만 손꼽아 기다리다가 전업육아 하다가 지난주부터 개강했다.. 차라리 직장인이면 종일반을 맞기던가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애기도 생활이 너무 불규칙하고 이사람저사람 다 다르게 봐주고;;; 하루살이 비정규직 시간강사 그냥 집어치울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법륜스님께선 첫 3년은 아이를 위해 엄마가 희생하여 끼고살으라고...
하...근데 그것도 말이 쉽지 공채로 실기시험이랑 면접까지 보고 바늘구멍 통과해서 서울대 강사 하면 그만두고 싶겠냐고 여쭙고 싶다.

박사까지 피토하며 공부했으니 부모님 가산 그만 탕진하고 이제 좀 제대로 일 하려나 싶었더니........;;이번학기 시간표 핵망해서 월요일엔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20분까지(일대일 수업 20분짜리 31명^^^^^^) 강의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으니 학생들께 양해구하고 화장실 뛰어 다녀오고 바나나 먹으면서 수업하고 일찍끝나서 5분이라도 시간나면 문잠그고 유축하고... 그동안 부족한거 갖은수를 동원해서 간신히 완모해왔는데 하루만에 양이 확줄어서 다시 보충 시작 ㅠ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구립육아지원센터에 상담도 해준다길래 무턱대고 전화를 걸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정보를 달라했더니 이렇게 아이를 봐주는 사람이 자주 바뀔거면 차라리 어린이집을 알아보라고...

하.... 이제 갓 4개월 넘은 핏덩이를 어린이집에....

그런 시설같은 곳은 당근 24개월 지나서 보낼거라며 1세 이상 받는 대형얼집만 대기 걸어놨는데... ㅠㅠㅠㅠㅠ

그런데 설명을 들어보니 생판 남이 아이와 단둘이 하루종일 있을바에야 얼집에 여럿이 협력해서 전문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환경이 나을거라며... 나름 일리가 있다.

아기띠로 들쳐안고 일단 아파트 단지 내 얼집부터 해서 총 다섯군데 얼집을 알아봤다.

한곳은 생긴지 갓 1년이 넘어서인지 깨끗하고 아늑하긴 한데 원장샘이 뭘 몰라도 너무 모른다 ㅠ 무슨 서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내가 하는 질문들 자체를 이해못한다. 순간 외국인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바로 옆동의 좀 오래된 얼집은 좀 잘 아시는 듯 했지만 한집에 무려 14명의 아이들이 있다. 20평대 아파트 우리 셋이 사는 그 공간... 애가 밟힐까봐 진심 두려웠다.

단지 내 복지회관 어린이집에 무턱대고 문을 두들겼더니 만 1세부터라며 문전박대. 근처 골목 어린이집을 두군데 더 알아봤다. 한곳은 0세반이 두개가 있어서 발달상태에 따라 분리해놓는다 하니 한결 마음이 놓였고 무엇보다도 원장님과 코드가 잘 맞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무슨 사정에서인지 이름도 최근에 바뀌었고 인증도 안되어있다. 마지막 간곳은 나이 많으신 원장님과 원감님고 계신 단독주택 건물이었는데 일단 시설은 제대로 못봤지만 두 분의 아이를 위하는 마음과 베테랑다운 포스가 남달랐다.

이런저런 장단점들을 재고 세고 하면 할수록 자꾸 한숨이 나오고 역시 엄마가 데리고 있는걸 대체할 수는 없구나 하는 결론이 나온다... 아무리 초보라 할지라도 부모만한 절대적인 양육자는 없구나...

어떻게 결론도 내리지 못한채 이런저런 사정을 아주머니에게 말씀드리니 감사하게도 다른일정을 옮겨서 내가 강의 나가는 날엔 무조건 책임지고 오셔서 아이를 맡기로 하셨다. 이 한말씀에 모든 어린이집 고민 끝!!!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이 너무 지치고 힘들었는지... 자꾸 한숨이 나오고 혼자 있을때마다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와중에 수업준비를 하나도 못하고 생얼로 쫒기듯 나와서 서둘러서 학교에 가고 집에 오면 애가 삐죽삐죽 울면서 억지로 분유 먹고있고... 날 보자마자 앙 울더니 얼른 모유를 주면 허겁지겁 ㅠ

내가 기계도 아닌데 수업 나가는 날엔 얼른 해치우고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최대한 빡빡한 스케줄로 수업잡아놔서 단 10분도 못쉬고 끝나자마자 와서는 쓰러져 자고 다음날 혼자 애기보고...

남편이 그래도 자상하고 애기를 이뻐해서 칼퇴하고 와서 놀아주고 씻겨주고 한다. 그래서 그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요즘엔 일도 하고 육아도 전업맘처럼 혼자 한다는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일까? 자꾸 지치고 한숨만 나온다.

생각해보니 남편도 마찬가지로 일하고 퇴근하고 와선 육아를 하는데 말이다... 얼마전엔 자기는 단 한순간도 쉴수 없다며 울컥해 했다.

곧 원고 마감인게 있다보니 남편이 주말에 애랑 있을테니 어디 카페라도 가서 쓰라고 했는데 글쓰는 일이 그렇게 공장에서 뭐 찍어내듯 뚝딱 되는것도 아니고... 어떻게 몇시간만에 바로 쓰나? 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너무 졸려서 카페에 깄다간 노트북 도난당할거 같았다. 일단 잠좀 푹 자고 싶다면서 작은 방에 이불을 깔고 잤다. 덕븐에 남편 코고는 소리, 애 칭얼대는 소리 하나 없이 간만에 푹 자긴 했는데... 저처럼 애엄마가 애를 버리고 다른방에서 자는 경우도 있나요? 하하

다들 나보고 부럽다 하는데... 그냥 마음이 복잡하다. 이런글 쓸 시간에 곡이나 써야하는데 ㅠ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 속이 좀 풀릴것 같다. (푸념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오늘은 약간 익숙해졌는지 종일 수업하는 피의월요일인데 인상 찌푸릴정도로 피곤해 죽겠진 않다. 다행히 쭉 해오던 수업이라 수업준비는 많지 않다. 성신여대도 작곡실기라 생각하기에 따라 어찌보면 아주 편할수도 있는 수업이다.

방학이 지나고 아이가 5개월이 가까워지니 유축량도 스케일이 다르다. 그런데 쉬는시간이 단 5분도 없이 강의해야돼서 유축기에 가득찬 모유를 버리러 갈 짬이 안되니 어쩔땐 내가 마셔버림 ㅡㅡ; 어차피 목도 마르고 ㅡㅡ 이건뭐 정글의법칙도 아니고 뭐하는짓인가 싶다 ㅋ

수동유축기는 손가락이 너무아파 전동유축기 커다란 네모상자를 들고 지하철 타고 다니니 장삿꾼이 된 기분 ㅋ

후... 그래도 내일은 왼종일 아가랑 있을 생각하니 행복하다! 물론 오후부턴 약발 떨어지지만... ㅋ

육아도 일도 다 알아서 잘 해야 하니 돌아버리겠네~ 하지만 이게 행복한 고민이라는게 함정.

야근(?)하고 오니 남편이 애기 다 재우고 집안일도 해놓고 아침에 먹으라며 고구마도 삶아뒀다.♡

애기는... 잔다...♡♡♡♡♡
지난주부터 낮잠 딥슬립 유도후 머리감는 것이 가능해짐. 삶의질 급상승 ㅋ

애엄마가 되니 글이 두서없어진다.
어찌됐건 으샤으샤하자.

으샤으샤~

(사진은 백일촬영 장면 등. 그와중에 핵귀여움. 현재 5갤 3일. 키 65. 몸무게 7키로 넘네마네 하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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