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이야기/칼럼

[문화 + 서울]스트라디바리우스, 동물 보호의 벽에 부딪치다

Soul of Seoul

 



윤리와 예술 사이의 과제들  

스트라디바리우스, 

동물 보호의 벽에 부딪치다 



피아노의 상아 건반이나 말의 꼬리털로 이루어진 현악기의 활털 , 자연의 소재에서만 나올 있는 특유의 질감과 깊은 소리가 존재할까. 그렇다면 순수하게 동물 소재로 만들어진 악기는 희소가치를 더하여 천정부지의 가격과 인기 상승이 수반될 것이다. 그러나 환경오염이 만들어낸 동물 멸종위기 앞에서 천연 소재의 아름다운 음색을 복원할 있는 인공 소재 개발은 필연적인 일이다. 




우리가 쓰는 악기들은 기술자와 장인의 손길을 거쳐야만 나올 있는 최고급 기계이자 수공예 작품들이다.  하지만, 재료만큼은 자연에서 비롯되었고, 맛있는 음식은 신선한 재료에서 나오듯, 악기 또한 최고의 재료만을 골라서 구해야 좋은 소리가 있다.  


서양의 많은 악기들은 산업혁명이 이루어지기 이전부터 진화가 거의 완성되어 복잡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결과로 공정 방법은 지극히 섬세하고 수준이 높을지라도, 재료만큼은 순수하게 자연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은 대부분 나무로 이루어졌으며 활의 털은 말의 꼬리털로 되어있고, 피아노의 건반은 상아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바로 상아 때문에 최근에 연주자들이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되었다. 상아로 만든 물품은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협약에 가입된 국가들 안팎으로는 자유로운 수출입이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이 규칙을 더욱 강화하여 2월부터는 상아가 포함되는 물품은 전면 수입 및 반입이 금지되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현악기 연주자들이 활 끝에 쓰인 극소량의 상아 때문에 미국으로 투어를 가지 못한다거나, 세관에서 고가의 활을 두고 옥신각신 하기도 하고, 몇 년 간 외국에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미국 음악가들이 정든 활을 팔아버려야 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이때 당시 많은 현악기 연주자들이 절규에 가까운 성토를 하며 미국 정부의 탁상행정(?)을 질타하였고, 결국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단지 활 끝에 쓰인 상아 한 조각 때문에 미국 연주를 보이콧 하는 등의 파장이 일고 말았다. 



예술 앞에 놓인 윤리적인 문제들 

바이올린 중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경우 대부분 1600년대에 만들어졌으며 첼로, 하프 기타 등의 현악기를 포함하면 전세계에 650개의 악기가 보존되어 있다. 이들 악기를 만든 장인 스트라디바리는 400여년 후 환경파괴와 동물 멸종위기로 인해 본인이 제작한 악기들이 반입 금지되는 나라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이 참작되어서 100년이 넘은 앤틱 품목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것을 악용하는 사례 때문에 이 또한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상아 밀반입을 위해 골동품으로 위장시켜 반입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규제는 이러한 음악인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이후 다소 완화[각주:1]되었고, 그 결과로 1976년, 코끼리가 멸종위기 동물에 등재된 것을 기점으로 그 이후에 제작된 악기 중 상아가 포함된 것만 금지시키려다, 최종적으로는 2014년 2월 25일 이후 제작된 악기에 한해서만 상아반입을 금지시키는 동시에, 이전 악기의 경우 악기의 출처와 윤리적인 제작과정을 서류로 증명하면 반입이 허용되는 방안으로 보완 되었다[각주:2]. 하지만, 악기 제작이 동물친화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서류상으로 작업하는 것 또한 악기 주인이 홀로 해낼 수 없는 작업이 아닌 경우가 많기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어쩌면 21세기의 병든 지구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성분으로 만든 옛 악기를 쓰는 현대인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숙명일 수도 있는 이러한 현상은, 결국, 자연과 동물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야 하는 우리들의 숙제일 것이다.  선조들이 알아낸 노하우들을 대체할 만한 훌륭한 인공소재가 만들어 질 것인가? 필자 역시 어쩌다 상아건반으로 된 피아노를 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느껴지는 미끌하면서도 섬세한 터치감은 일반 건반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지 손끝의 순간적인 즐거운 촉감을 위해서 코끼리를 죽인다는 것은 인간의 최소한의 도덕을 버리는 일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악기들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면서, 인공소재로도 아름다운 음색이 나올 수 있도록 개발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자료출처:


http://www.npr.org/2014/04/07/300267040/musicians-take-note-your-instrument-may-be-contraband


http://www.wqxr.org/#!/story/ivory-ban-good-elephants-headache-musicians/


출처 1: 타임지 2014년 515일 기사 "Obama Admin Allows Ivory Ban Exemption for Musicians"

http://time.com/101826/obama-exemption-ban-ivory/


http://dailycaller.com/2014/04/16/strict-obama-administration-ivory-ban-infuriates-musicians/


출처 2: St.Louis Post-Dispatch 2014621일자 기사 "Ivory ban hurts musicians, collectors"

http://www.stltoday.com/entertainment/arts-and-theatre/ivory-ban-hurts-musicians-collectors/article_9c690f1f-480d-5f5c-8659-dca5f6d7d71a.html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13/05/20130529183713.html


http://en.wikipedia.org/wiki/Stradivarius






서울문화재단 글 직접보기






  1. 타임지 2014년 5월 15일 기사 "Obama Admin Allows Ivory Ban Exemption for Musicians" http://time.com/101826/obama-exemption-ban-ivory/ [본문으로]
  2. 출처 2: St.Louis Post-Dispatch 2014년 6월 21일자 기사 "Ivory ban hurts musicians, collectors" http://www.stltoday.com/entertainment/arts-and-theatre/ivory-ban-hurts-musicians-collectors/article_9c690f1f-480d-5f5c-8659-dca5f6d7d71a.htm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