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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칼럼

[문화+서울]채소 오케스트라, 얼음 악기와 3D 프린터 바이올린


현재 널리 보급되고 연주되는 악기들의 재료는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다.  공명이 잘 되면서 내구성이 좋고, 음이 일정하게 유지가 되는 재료들로서 역사적으로 검증을 거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수많은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재료는 아마 나무일 것이다.  그 외에도 (동물보호법이 발효되기 이전에는) 동물의 신체부위(가죽, 뼈 및 털), 극히 드문 경우(주술적인 이유 등으로 인간의 뼈, 그 외에 산업혁명을 거친 이후에는 플라스틱과 철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소리를 내는 재료로서 반드시 이런 것들만 사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여러 단점들과 제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색이 있는 색다른 재료로 악기를 제작하기도 한다.


1. 채소로 만든 오케스트라[각주:1]

비엔나 베지터블 오케스트라(Vienna Vegetable Orchestra)라는 이 단체는 채소로 만든 악기들에 마이크를 달아서 공연에 사용하면서 살아있는 악기의 소리를 표현하고자 하는 단체이다.  이들은 그날 쓰일 악기를 그날 만들면서 순회공연을 여는 비엔나 베지터블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의 하루는 공연 당일 아침에 장을 보러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 보이는 채소들을 보면서 저녁때 공연에 쓰일 악기를 구상하고, 이것들을 사들인 후 반나절에 걸쳐서 악기제작에 들어간다.  

아무래도, 정확한 악기의 모양새와 연주법을 미리 알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전에 작곡된 곡이라고 해도 약간의 즉흥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유동적인 음악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들이 연주하는 스타일은 프리재즈, 노이즈 뮤직 전자음악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기아에 허덕이는 가난한 나라도 많은 상황에서 채소를 그렇게 낭비(?)해가며 공연을 여는것이 과연 온당한가 의문을 품는 (안티)팬들도 없잖아 있지만, 이들이 소비하는 자원과 에너지는 오히려 기존의 정형화된 악기 제작에 사용되는 자원보다 규모가 적으며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극히 미미하다고 한다.  게다가, 공연이 끝나면 악기를 국으로 끓여서 관객들에게 수프를 나눠준다고 하니, 음악회도 여는 비용으로 뒷풀이 음식까지 해결이 되는 셈이다.

공연이 진행되면 될 수록 악기가 조금씩 부러지거나 닳아 없어지기도 하고, 식재료의 파편들이 무대위로 흩날리다보니 일반적인 음악공연에 비해서는 다소 지저분해진다는 애로사항이 있기도 하지만, 악기의 재료가 주는 신선한 생동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서는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열명의 단원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칼과 드릴 및 부엌도구를 가지고 다니면서 평균 한달에 두어번 정도 공연을 열며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2. 얼음으로 만든 악기들[각주:2]

스웨덴 북부에서는 기타리스트 찰리 섹스턴(Charlie Sexton)과 린 베릴(Lindsey Verill) 등으로 구성된 뮤지션들이 아이스 뮤직(Ice Music)이라는 공연을 이글루 안에서 열었는데, 이때 사용된 모든 악기들은 얼음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타와 베이스, 타악기 등으로 이루어진 이 밴드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 모든 관객들은 두꺼운 자켓으로 중무장을 하고 눈을 뚫고 이글루 안으로 들어와서 객석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가수들과 협업하여 블루스와 앰비언트 뮤직과 함께 즉흥연주가 뒤섞인 열린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다.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악기를 제작하고는 있지만 워가 내구성이 약하기 때문에 리허설을 하다가 손상이 가기도 한다.  실제로 바이올린같은 경우는 공연이 시작도 되기 전에 금이 갔었고, 기타의 경우는 한번은 공연 전에 완전히 박살이 나서 대신 밴조를 들고 연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미한 손상일 경우는 입김만 조금 불어넣어도 복구가 가능하기도 하며, 온도는 영하 5도 정도로 유지하면 연주에는 큰 지장이 없다.  물론, 체온으로 악기가 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연주자도 두꺼운 옷으로 무장해야 하며, 연주 중간중간에 드라이아이스를 동원해서 최대한 악기 주변 공기의 온도라도 낮게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조명과 연주 자체의 충격과 마찰 등으로 인해 악기를 영하5도로 온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관계로, 대부분의 경우 공연 도중에 악기가 녹는것이 확연히 드러난다(실제로 악기에서 고드름이 생기기도 하고 음색의 변화가 들리기도 한다).    



3. 3D 프린터로 제작한 "바이올린"


3D 프린터가 개발되면서 얼마나 정교한 물건을 복제 가능할지에 대한 궁금증과 실험이 끊이지 않았다. 레코드판(LP)을 복제하여 재생해 보기도 했지만, 악기를 복제해서 연주해 보기도 하였다.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복제하여 연주 시범을 보인 바이올리니스트 사이먼 휴윗 존스(Simon Hewitt Jones)의 시도에서 그러한 예를 볼 수 있다.  한편, 이름은 3D 바이올린이지만 기존의 바이올린과 전혀 다른 구조와 형태를 지닌 새로운 프린터용 바이올린이 개발된 경우도 있다.  이는 2015년 4월 뉴욕 Javits Center에서 열린 3D 프린터 쇼에서 선보였던 것으로, 2개의 줄로 연주되고 활로 연주된다는 점은 기존의 바이올린과 동일하다.[각주:3]  

(Credit: MONAD Studio / Eric Goldemberg / Veronica Zalcberg) 출처: BBC



새로운 재료와 현대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악기들에 대한 시도는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넣어주면서 우리의 고정관념을 버리게 해주는 좋은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시금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견고하고 아름다운 악기들의 가치를 새삼 더 감사히 느끼게 해주는 부작용(?) 또한 낳는 듯 하다.  결국, 새로운 악기가 발명되는 것에 맞춰서 그것을 연주할 인간의 능력도 개발되어야 하는데, 그 변화의 속도에 과연 인간이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어쩌면 변화 가능성 자체보다도 더 큰 변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잡지 직접 보기(문화 + 서울 7월호)



  1. http://www.vegetableorchestra.org [본문으로]
  2. 출처: wsj http://www.wsj.com/articles/in-sweden-musicians-play-hot-licks-on-ice-instruments-1426023783 [본문으로]
  3. http://www.bbc.com/culture/story/20150330-the-weirdest-musical-instrument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