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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칼럼

[문화+서울] 예술적 상담소 - 재즈 작곡가의 길

"안녕하세요. 저는 약 3년정도 보스톤에 있는 버클리 음대에서 jazz composition 이라는 전공을 공부하고 왔습니다. 제가 공부한 내용들은 standard jazz 부터 modern jazz 스타일의 곡을 쓰고 편곡하여 음악을 만드는 것 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jazz orchestra 음악을 한국 정서에 맞게 re-arranging 을 하여 재즈에 접근하기 쉽게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 지인을 통해 서울문화재단을 알게되었고 소개되어 있는것들을 읽어본 결과 지금 제가 공모할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더라구요. 교육을 통해 또 공연을 통해 함께 문화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데 혹시 교육기관이라던지 공모할수 있는 공모전과 제가 지원하고 접근할 수 있는 더 많은 기관과 재단을 소개받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저는 문화+서울에 격월로 칼럼을 올리고 있는 신지수 작곡가입니다. 저는 클래식 현대음악을 전공하고 그 쪽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주변에 알고 있는 재즈 뮤지션들의 조언을 듣고 몇 마디 도움의 말씀을 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재즈라는 분야는 서양음악의 큰 두개의 축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클래식 음악이고요, 아니면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나눠서 대중음악을 재즈와 팝으로 나눌 수도 있고, 사실 분류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다양하니 지극히 일반화된 단순한 개념으로 말씀 드립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분야는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국악과 관련된 분야이거나 상업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순수음악, 즉 클래식 음악을 일부 지원하고 있고, 재즈는 엄밀히 말하면 상업음악이라고 보고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즈가 본래 클럽에서 연주되는 실용성을 갖춘 음악이다 보니 국내에서는 그다지 지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듯 합니다. 실제 활동하시는 뮤지션들도 대부분 그런 측면이 있고요, 레슨을 하거나 연주를 통해 생계를 꾸려나가지만, 사실상 쉽지 않은 길이것이 현실입니다.


한국 음악계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마이너리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즈 작곡을 공부하신다고 했는데, 재즈는 서양음악처럼 작곡과 연주의 분업이 이루어진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 연주하시는 분의 궁극적인 목표도 즉흥연주의 경지가 높아지다가 결국 작곡과 다름 없는 길로 가는 것일테고요. 작곡이나 편곡작업에 더 중점을 두는 사람들은 결국 그 뒤에서 연주자들을 보조하는 역할이 될 것입니다. 이점에서는 클래식 작곡가와 그 위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클래식 작곡가의 위상 자체가 애시당초 높지 않습니다. 아직도 연주자의 유명세에 비해선 작곡계에선 그렇다할 스타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고요, 그러하니 재즈 작곡으로 특화된 진로로 뭔가 길을 개척하고자 하신다면 거의 스스로 만드시는 길이 될 것입니다.


한국 정서에 맞는 재즈를 추구하신다고 하셨는데, 한국 정서라는 것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질문하신 분이 한국인이니, 넓게 해석하면 님께서 하시는 모든 작업에 한국 정서가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마치 한국인이 치는 베토벤 소나타에는 웬지 된장찌게 냄새가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를 응용하자면 국악에 재즈의 요소를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본인의 음악적인 길을 약간 조정하시면 국악은 지원사업이 많으니 그 부문에서 검토를 해 보시는 것도 좋고, free improvisation의 측면으로 나아가신다면 사운드 분야에 지원도 가능하실 겁니다. 하나의 음악회, 또는 문화행사나 이벤트를 기획할 여력이 되신다면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사업중에 다원예술이나 전통음악 쪽으로 퓨전 재즈 팀을 꾸려서 지원 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만, 이 분야는 굉장히 실험적인 것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제가 몸담은 분야가 아니다보니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많이 드리지는 못해서 송구스럽습니다만, 이게 지금 우리나라 음악계의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 재즈 오케스트라가 아직 흔하지 않은 이유는 재즈 뮤지션을이 그렇게 많이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그 분야가 아직은 열악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재즈는 다른 대중음악에 비해서 그 자부심이 강하고 예술성이 남다른 분야이니, 다들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입니다. 일단 열심히 공부를 하셨으니 주변의 재즈 뮤지션들과 열심히 교류하면서 정보를 넓혀나가시길 바랍니다. 제가 유학을 갓 마치고 돌아왔을 때의 막막함과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답답함을 느꼈던 나날들이 기억이 나서 질문하신 분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만, 결국 벼랑끝내 내몰려봐야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듯이, 내 손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오히려 큰 힘이 났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남들이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싶다는 욕망이 컸을 때 즐겁게 새로운 도전도 많이 해본 것 같습니다. 당장의 금전적인 안정감은 찾기는 힘드시겠지만, 두려움을 떨치시고, 길은 만들면 얼마든지 있으니 창의적인 방식으로 헤쳐나가며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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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서울 12월호에 실린 [예술적 상담소] 답변 원고입니다.  (링크)

사진 출처: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