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함은 기억이 안나지만 임씨 성을 가지신 피아니스트 분이 중학교 시창청음 선생님이었다. (나는 타고난 귀가 워낙 좋아서(?!?!??) 늘 한번에 다 적고 과자나 김을 먹으며 딴짓을 하다가 혼나곤 했다) 

어느 날, 이 분이 어떤 러시아 첼리스트를 반주하기로 했었다며 그 분의 연주와 삶의 태도에 대한 칭송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그러다 얼마 후엔 더 흥분한 어조로 며칠 전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바이올린 연주실력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한 어머니가 7살정도 된 꼬마아이를 데려왔는데 처음에는 바이올린도 혼자 못 꺼내서 엄마가 직접 꺼내서 쥐어주는 모습에 그 첼리스트 분이나 선생님이나 둘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이올린 소리를 내는 순간 대가가 빙의한 듯한 깊이에 매료가 되어 몰입해서 듣다가 결국 선생님은 눈물을 흘리셨다고... 

앞으로 유명해질 바이올린 천재 권혁주라는 이름을 너희들은 꼭 기억하라고 하셨고, 우리 모두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그 이야길 들었다. (선화예술학교 동창중에 이 이야기 기억나는 사람?) 난 그 이름을 마음속 깊이 새겼고 그의 행방을 대중매체에서 들을 때마다 내가 아는 사람인양 반가워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반갑지 않았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그의 슬픈 소식...

과로사인 것이 명백한 사인으로 여겨질 정도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결국 소화시키지 못했다. 자가운전으로 새벽에 부산행... 소지품에서 발견된 부정맥 약. 페북 담벼락을 물들인 병원 입/퇴원 소식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 수많은 예술가들이 오르고자 평생 노력하는 경지에 너무나도 금방 올라버린 그는 정작 이승에 오래 머물지도 않고 서둘러서 떠나버렸다. 31세라니...

그와 약간의 안면이 있는 친구 말로는 그는 굉장히 장난스러운 성격이라고 한다. 즐겁게 살다 간 듯 해서 다행인걸까? 그래도 너무 아깝다, 너무너무...

오늘이 지나면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새삼스러울 까봐 일기같은 추모글을 써봤다. 하늘에선 더 즐겁게 바이올린을 켜시길...


(사진출처: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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