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야기/매스컴과 솔직한 리뷰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Pieta)


추석연휴에 얼결에 추석 다음날 새벽에 상경해 버린 후, 딱히 계획해 놓은 일이 없어서(=곡쓰기 힘든데 다른 핑계거리가 없어서) 방황좀 하다가 극장상영이 얼마 안남은 피에타를 보기로 했다.  영화를 본게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가끔이고, 요즘에는 워낙 현실세계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스펙터클 버라이어티 쇼인지라 굳이 재미를 위해 스크린 세계로 돈을 주고 빠져들 동기부여가 안됐었지만, 김기덕이 4년만에 들고 나온 장편영화 피에타에 관한 기사를 우연찮게 여기저기서 읽다 보니 호기심이 일었다.

스포일러가 있었다는게 잊혀질만큼 단순하고 강렬한 내용이어서 그런지 마지막 장면들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실 시작부터 매우 충격적인 장면들의 연속이었는데, 여기서 피로감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마지막을 절정으로 치닫게끔 긴장을 조성하고 유지시키는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원체 우아하게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던 김기덕 감독이 왠지 더 친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다 필요없고 핵심만 이야기 하는 그 강렬한 깔끔함. (이 강렬한 깔끔함이라는 것은 장면 하나하나를 치밀하면서도 poetic하게 표현해야만 가능 한 일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다.) 그 와중에 나오는 side-effect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 예의, 격식, 사회적 장치들, 도덕 윤리, 이모든 것이 다 귀찮고, 너무나 사소한 곁다리의 것들이라 그저 필요없을 뿐이고, 정말 핵심만을 제공하며 인간성의 밑바닥 그 자체를 날것으로 보여주는 동물적인, 그래서 더 인간적인 캐릭터들.. 돈에 가차없이 굴복하는 나약한 인간의 운명.

김기덕 영화를 제대로 본건 사실 빈집 뿐이지만, 뭔가 그때보다는 세련되어지고 이음새가 치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주제가 달라서 그리 느껴지는 걸 수도 있다.  빈 집이 소재인 영화랑 견딜 수 없는 모성애가 소재인 영화는 그 강도가 다를 수 밖에 없으니..

폭력적이고 끔찍한 장면투성이이기로 유명한 김기덕이었지만, 피에타에서는 이것이 컨텍스트를 유지하면서 주제를 강렬히 부각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 장면이 얼마나 명장면인지 와닿게 된다.  조민수의 표정을 보면 영화 전체를 요약당한 기분...


청계천에서 사채업자의 하청직원에게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불편한 진실과 조민수의 더 불편한 명연기도 와닿았고, 조용히 한장면씩 넘어가는 그 진행감이 따라가기 편한 동시에 엄청난 몰입도를 유발하였기 때문에, 끔찍한 내용이었지만 너무 즐겁게(?) 감상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이 내가 쓰고자 하는 곡과 너무 비슷해서 폭풍공감이 갔다..  

불편하지만 귀를 닫거나 집중력을 버릴 수 없는 작품.  

보고 듣고 있으면 자신의 가치관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것만 같은 위기감마저 느껴지지만, 관객에 따라 이걸 거부하면서 작품을 욕할 수도 있고, 이를 즐길 수도 있는 작품. 

그리하여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작품.  

차라리 못만든 작품이라면 감흥 자체가 별로 없겠지만, 너무나 화를 나게 하는 작품이라면, 그것은 그 관객을 화나게 하는 그 불편한 요소를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 했을 것이기 때문에 명작이라고 감히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밑바닥을 여지없이 보여줘야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기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왠지 가사가 와닿는 노래.  사실은 위로받고 cheer up 하기 위해 듣는 노래다.. ㅠ 

(제목을 클릭하고 Youtube 사이트로 넘어가면 가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