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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음악감상실

영국에서 사랑받는 인도음악




2007년, 영국에서 갓 유학을 시작했을 때, 영국의 음악제 겸 세미나인 Dartington International Summer School에 진행 스태프 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세미나에 참가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놀랐던 점은, 인도음악이 콘서트 프로그램에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인도출신이지만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 2세 이상이나 토종 영국인들도 인도의 악기를 능숙히 다루며 워크샾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일반인들의 인도음악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는 점입니다. 

(위 사진은 당시 워크샾을 진행했던 타블라 연주자 Sanju Sahai입니다.)

여담이지만, 얼마전에 미국에 다녀오고선 영국에서 지낼 때와 제 기분이 많이 달랐다는게 느껴졌습니다.

미국이 모든 인종이 다양하게 섞인 나라라는건 다들 아시겠지만 영국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한가지 다른 점은 비교적 신생국가인 미국과 달리 영국은 오랜 전통을 자부심으로 가진 나라이고 한때 많은 식민지를 거느린데에 대한 결과로 다양한 인종이 살게 되었다는 역사적 차이점일 것입니다. 이런 배경의 차이가 별거 아닌것 같겠지만 은근히 서로를 대하는 태도와 사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개인적으로 느낄 때가 있답니다. 영국에서는 미국보다도 철저하게 인종차별적 행동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을 암시하는 발언까지도 사회적으로 철저히 금기시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런 법적,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우회적으로 그동안 토종 영국인들의 타 인종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역설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젠틀멘 하면 떠오르는 교양있는 영국인 신사분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다보면 이따금씩 뭔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하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마치 자신의 뿌리에 대한 지나친 자긍심으로 인해 타인종을 대할때 본의아니게 우월의식을 갖게 되는 속마음이 드러날까 전전긍긍 하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어찌됐건 결론적으로 저는 미국에 있을 때가 더 편안한것 같습니다. 미국도 문제가 없진 않지만 모두가 주인이라는 의식이 영국보다는 강한 것 같거든요. 사람들이 덜 경직되었다는게 분위기에서 느껴집니다.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로 삼았다는건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영국에는 수많은 인도인이 살고있답니다. 이들은 이미 이민 2-3세대들도 많은 관계로 완전한 영국인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자 하는 마음은 한인 교포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음악 또한 영국 음반시장에선 큰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HMV매장 안 (구글이미지) 그런데 k-pop이 촤르륵..?


그럼 이즘에서 월드스타로 명성을 누리고 있는 인도 음악인 한 분을 소개 해 드립니다.

1920년생으로, 20세기 최고의 시타르(sitar) 연주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 인도의  라비 샹카르(Ravi Shankar)는 인도음악을 팝과 접목시키는 작업이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그래미 상까지 세번이나 수상하였습니다.  영국과도 인연이 깊어 1970년 런던 심포니의 위촉으로 협주곡을 작곡하여 초연하기도 하였고, 이후에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현대음악 작곡가인 필립 글라스(Philip Glass)와 공동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수 노라 존스(Norah Jones)의 아버지이기도 한 라비 샹카르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영국에는 종족음악학을 연구하는 기관이 상당히 발전했는데, 그중 런던의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University of London)에선 각종 세미나와 무료 음악회가 끊이지 않는답니다. 

영국은 월드뮤직 시장이 꽤 발달한 편입니다. 이건 지난 글(링크)에도 잠깐 언급한적이 있죠!
이 뿐만 아니라 영국인들의 exotic한 타문화에 대한 호기심은 대단한 편이어서, 인도 뿐만 아니라 일본문화도 매우 좋아한답니다. 같은 섬나라라는 동질감 때문에 친밀감이 느껴져서 일 수도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지요.

그에 비해 한국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낮은 편이어서 south korea라고 하면 동남아의 어느 나라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가끔 있었습니다. 이상한건 north korea 라고 하면 시베리아의 허허벌판을 떠올린다 말이죠!

(여담이지만 영국에서 I'm from Korea 라고 하면 north or south하며 물어본다며 기분 나빠하시는 한국분들이 있는데 이것은 당연한 질문입니다. 영국은 북한을 탈출한 망명객이 실제로 많이 살고 있거든요. )

어찌됐건 비록 복잡한 문제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의 문화에 순수한 호기심을 많이 가진 영국인들의 태도는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다문화사회의 걸음마수준인 우리나라! 꼬꼬마 신세를 졸업하고 국수주의에서 벗어나 세련된 국제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다른문화권의 다양한 예술에 관심을 갖는것도 중요한 요소에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